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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갤러리

사랑 그리고 기다림

깸뽕 2021. 4. 24. 20:05

 

사랑하는 사람들이 흔히 대면하는 문제가 기다림에서 오는 불편과 불안의 감정이 아닐까. 그 기다림의 형태가 편지든. 쪽지든. 전화든. 문자든. 만남이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리게 된다.

 

<사랑의 단상>중 '기다림 attente'

롤랑 바르트

기다림은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보면 처음은 설레임에서 시작되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 수록 야기되는 고뇌의 소용돌이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비록 기다리게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별 대수롭지 않은 듯이 생각되는 '늦어짐(약속 시간.전화.편지.귀가 등)'으로 인해..

그것은 기다리게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하찮은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의 입장에서는 아주 비장한 것일 수도 있다. 멀리 간 님을 기다리든, 단순히 전화 한 통이든 사랑에는 크기에 대한 감각이 없다. 그것은 동일한 고뇌가 아닐까.

 

 

우리는 만날 약속을 했고 그래서 한 쪽은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시계와 핸드폰을 여러 번 들여다본다.

상대가 늦어짐으로써 기다림의 가장 먼저 발생되는 감정은 시간과 장소의 '오해'이다. 만날 시간이나 장소에 어떤 오해가 있었던 게 아닐까? 여기가 아니고 혹시 다른 곳? 또는 시간을 잘못 알고 있나?하며 약속했던 순간의 모든 구체적인 사항들을 기억해내려고 애쓴다. 또 갈등한다. "다른 커피삽으로 가볼까? 하지만 만약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가 나타난다면?" 내가 안 보이면 가버릴지도 몰라...

 

더 시간이 지나 그 다음 발생되는 감정이 약간 짜증섞인 '걱정' 이다. 뭔 일이 생긴 것일까..그 다음..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처신의 고민이 생긴다. "계속 기다려..? 아님?"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감정의 기복은 심해지고 마침내 어떤 결정의 감정이 생긴다. 막연한 분노일수도 있고, 상한 자존심때문에 절교를 생각할 수도 있고, 또는 오지않는 그 사람을 향해 격렬한 비난과 저주를 퍼부을 수도 있다.

 

이 카페에서 자신만이 현실과는 관계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버려졌다'는 감정도 생긴다.

(특히 기다림없이 만나 수다떨고, 농담하고, 혹은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을 바라다 보면..)

눈치도 본다. 혹시 내가 바람맞을 걸 아는 걸 아닐까하며..

 

감정의 변화의 단계에는 그 사람의 도착으로 좀 더 짧아질 수도, 극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가 만약 오해의 시간에 도착한다면, 그를 설레며 그리고 안도하며 받아들일 것이고, 걱정의 순간에 도착한다면 한바탕 언쟁이 벌어질 것이며, 기복의 순간에 도착한다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도 생긴다.

 

기다림의 고뇌가 계속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만이 아니다. 침울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진공의 시공처럼 자신을 돌아 볼 수도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 "우리의 관계가 이대로 괜찮은 건가. 그는 나를 정말 사랑하고 있을까" 하며

​때로 기다리지 않는 그 사람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 다른 일 때문에 바빠 늦게 도착하려고 전화를, 문자를 안 할려고 애써본다. 그러나 이 내기에서 나는 항상 패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화가 : 파비앙 페레즈 Fabian Perez (아르헨티나)

Full Moon, Empt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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