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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메이르(베르메르)의 후원자인 반 라이벤(톰 윌킨슨)은 그 집의 하녀 그리에트를 보고 그녀의 초상화를 그려줄 것을 부탁한다. 페르메이르는 그림을 그리면서, 그리에트와 더욱 가까워진다. 그녀의 귀에 아내 몰래 가져온 진주귀걸이를 직접 걸어주는 화가.. 그런 화가와 그의 그림에 끌리는 그리에트.

'북구의 모나리자'라고 찬사를 받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 소녀'라는 유명한 그림이다. 살짝 돌아보는 자태가 매혹적이면서도 동시에 매혹된 듯한 눈빛, 호기심 속에 젖어 있는 그녀의 눈빛 .. 벌어진 입술 사이로 하얀 이가 무엇을 말하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망설이는 듯한 그녀의 입술은 눈빛과 함께 묘한 느낌을 준다. 유혹적인가? 아니다. 왠지 모를 스잔한 연민이 저미어 온다.

얀 베르메르 Jan Vermeer (1632-1675, 네덜란드)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소녀의 눈동자와 귀고리는 빛나고

윤기 돋은 입술은 무슨 말인가 속삭일 듯 살짝 벌어져 있다.

영화 포스터

며칠 전에 영화로 본 <진주 귀걸이 소녀>는 트레이시 슈발리에(Tracy Chevalier, 미국)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네덜란드의 화가 얀 베르메르(요하네스 페르메이르)를 소재로 했으며, 주인공 그리에트가 베르메르의 집에서 가정부 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풀어 놓은 책이다. 시대 배경은 1664년부터 1676년 사이의 네덜란드 델프트다.

<튤립 피버>라는 영화도 당시 광풍처럼 휩쓸었던 튤립 버블을 소재로 얀 베르메르의 초상화에 얽힌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낸 재미진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튤립 피버의 여주인공이 더 매력적, 그림도 다양하게 나오고~

VIEW OF DELFT

1660-1661. oil on canvas. 98.5 x 117.5 cm

Mauritshuis, The Hague

간략한 스토리는 1664년 네덜란드 델프트의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그린에트는 아버지의 실명(失明) 사고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집안 형편 때문에 베르메르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된다. 베르메르의 집은 아내와 11명의 아이들이 있는 집이며, 장모도 있었다(원래 장모 집임). 선배 가정부에게 일을 배우던 그리에트는 베르메르를 통해 색과 그림에 눈을 뜨게 되고, 나중에는 '진주 귀고리 소녀'의 모델이 된다. 그런 과정에서 둘 사이의 감정은 애틋해지고,, 하지만 이들의 사랑을 눈치챈 아내가 정신적 혼란을 겪자, 그리에트는 평소에 자신을 짝사랑하던 정육점집 피에테르와 결혼한다. 10년 뒤, 그리에트에게 자신의 귀에 그가 걸어주었던 그 진주 귀걸이가 배달된다. 택배로~

 

 

등장인물

그리에트(Griet, 스칼렛 요한슨) 진주귀걸이소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 콜린 퍼스)

차트하리나 페르메이르(Catharina Vermeer) 아내

타네케(Tanneke) 우유 따르는 하녀

피에트 반 루이즈벤(Piet Van Ruijven) 화가의 후원자

피에테르(Pieter) 정육점집 아들

 

THE MILKMAID (De Melkmeid)

1658-1661. oil on canvas. 45.5 x 41 cm

The Rijksmuseum, Amsterdam

"주인님이 나를 한번 그리신 적이 있어. 내가 우유 따르는 걸 그리셨지. 모두들 그게 주인님의 최고 걸작이라고 했어."

갓 들어온 그리에트에게 으스대며 말하던 선배 가정부 타네케가 모델이 된 위 그림.

베르메르의 또 다른 수작인 이 작품은 화가의 특유의 창과 빛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풍속화로 보기에는 우유를 따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너무 진지해 보인다. 마치 17세기의 어느 햇살 좋은 날, 네덜란드의 중산층 가정의 한가운데 온 듯 모든 것이 생생하다. 벽에 박힌 못의 그림자, 못이 빠져나간 자국까지.. 또르르... 하고 우유 따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베르메르는 일상의 생활 속에 하찮게 여겨지던 일들을 마치 카메라가 순간 포착하듯 디테일한 그림을 그렸다. 대가의 붓질이 담긴 일상은 더 이상 일상의 하찮은 일이 아니다. 소녀의 벌어진 입술이 갈망의 표현이라니, 유혹의 눈빛으로 달궈진 욕망의 표현이니, 우유 따르는 모습에서 도덕의 재발견이니, 절제의 미덕이니 하는 해설은 좀 구질구질하고 억지 같다. 오히려 파란색이 저렇게 신비해 보일 수도 있고, 따사로운 햇살은 노동의 고단함을 강조하는 듯하기도 하다.

 

Young Woman with a Pearl Necklace

 

소설과 영화속에서 무심한 듯 툭툭 던져지는 베르메르 작품에 대한 설명들. "벽에 걸린 거울을 보며 테이블 앞에 서 있는 여인의 옆모습, 그녀는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고 있는 참이었다. 흰 담비 털을 두른 짙은 노란 사틴의 망토를 걸쳤고, 다섯 갈래로 땋은 머리에는 빨간 리본을 달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이 이마와 코의 곡선을 섬세하게 드러내게 한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매료된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곤 그리에트는 "나는 그 망토와 목걸이를 두르고 싶었다.. "

WOMAN WITH A LUTE (De luitspeler)

c. 1662-1664. oil on canvas. 20 1/4 x 18 in. (51.4 x 45.7 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비록 후원자가 있었지만 부양가족이 많은 가난했던 화가는 큰 화폭에 그림을 그릴 수도 없었고, 같은 모델과 옷을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THE CONCERT (Het concert)

c. 1664-1667. oil on canvas. 28 1/2 x 25 1/2 in. (72.5 x 64.7)

Isabella Gardner Museum, Boston (stolen)

그리곤 그림 속에 후원자도 넣어 작품을 사는데 망설임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 등을 보이고 있는 남자가 후원자인 피에트 반 루이즈벤(Piet Van Ruijven)

"여인이 하프시코드에 앉아서 연주하고 있어요. 노란색과 검은색 보디스를 입었고 (빵 가게 주인 딸 그림을 그릴 때 입었던 것과 같은 거예요), 흰색 사틴 치마를 입고, 머리엔 하얀 리본을 달았어요. 하프시코드가 휘어진 부분에는 다른 여자가 서 있는데, 악보를 들고 노래하고 있어요. 그녀는 가장자리에 털을 두른 초록색 코트와 파란 드레스를 입었어요. 여자들 사이에는 한 남자가 우리를 등지고 앉아 있어요."

장님이 된 아버지에게 그리에트가 그림을 설명해 주고 있다.

 

THE MUSIC THE MUSIC LESSON (De muziekles)

c. 1662-1664 oil on canvas 28 7/8 x 25 3/8 in. (73.3 x 64.5 cm.)

The Royal Collection

STUDY OF A YOUNG WOMAN (Meisjeskopje)

c. 1665–1674. l on canvas. 4.5 x 40 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책 속에서는 <진주 귀걸이 소녀>를 그린 지 몇 년 후에, 페르메이르가 자신의 딸 중 하나인 마에르트게를 모델로 그렸다고 나온다. 두 그림은 구도와 방식 모든 게 다 비슷한데, 실제로도 비슷한 연대에 그려졌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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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IRL READING A LETTER BY AN OPEN WINDOW (Brieflezend Meisje bij het Venster)

c. 1657-1659. oil on canvas. 32 3/4 x 25 3/8 in. (83 x 64.5 cm.)

Staatliche Kunstsammlungen, Gemäldegalerie, Dresden

화가 베르메르의 일생은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초상화조차 남겨 놓지 않아 그가 어떤 생김새의 어떤 삶을 살았으며 화가로서의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네덜란드 ‘풍속화’의 시초라고 일반적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그의 그림에서는 예수의 그림과 같은 종교적 소재가 없다. 조형적인 모티프가 아니라 일상적인 소재를 사적인 모티프로 주로 다루었고 베르메르의 그림 속 사람들의 행동은 더 이상 비극적이거나 영웅적이지 않고 고상하거나 엄숙하고 경건한 것도 아니다.

YOUNG WOMAN WITH A WATER PITCHER (Vrouw met waterkan)

c. 1664-1665. oil on canvas. 18 x 16 in. (45.7 x 40.6 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그의 그림은 '평범'이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래서 '일상'이라는 단어에서는

'있음의 반복'이 주는 아름다움,

'익숙함'이 주는 행복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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