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Catherine La Rose

화가 : Albert Lynch (1860-1950)

독일출신의 파리에서 활동한 화가

 

 

 

헨리 제임스 (Henry James, 미국작가, 1843~1916)

The Portrait of a Lady (1881년)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젊고 똑똑한 미국인 이사벨 아처.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언니 집에 얹혀살다가 영국에 사는 이모부 터쳇 집에 머물게 된다. 부유하지만 병을 앓고 있던 그가 결국 죽자, 적지 않은 유산을 물려받게 된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독서와 사색을 통해 세상을 안 그녀는 경제력까지 가지게 되자 그녀가 꿈꾼 세상을 동경하게 된다.

 

 

 

 

좁은 방안 혼자만의 공간, 문을 걸어 잠근 채 책과 함께 상상의 미래를 펼치는 이사벨.

그래서 영국 귀족의 청혼도, 미국인 사업가의 청혼도 거절한 채 묘한 매력이 있는 오스먼드와 결혼한다. 결혼전 환상이 깨지는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독단적, 보수적인 그 시대의 남성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오스만드. 책에서 만난 이상은 냉혹한 '리얼 현실'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진다. 오스만드라는 남자가 결혼 전과 후가 변했다고? 천만에, 그는 변한 것이 없다. 그녀 혼자 그의 좋은 면만 봤고, 나쁜 면조차도 좋은 점으로 치환한 게 그녀다.

 

 

 

가면무도회

세상은 해가 뜨지만 달도 뜬다. 해가 비친 밝은 세상만 그리다 달이 비치는 어두움을 보지 못한 그녀.

"넌 너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했지만 그게 허락되지 않았지.

너의 소망 때문에 벌을 받은 거야. 인습이라는 바퀴에 깔리고 만 셈이지"

저런 소망조차도 벌을 받아야 하는 당시의 여성의 지위.

 

 

Anthony Van Arsdale

사촌 랠프의 죽음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 그 영국 귀족과 잘 될 듯하는 뉘앙스를 주지만, 의외로 이사벨이 오스만드에게 돌아간다.가 소설의 이야기다. 물론 이사벨은 치기 어린 시절의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고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언제든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고, 그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고, 더 이상 개선할 여지가 없다면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 맞다. 잘못 선택한 거지, 결혼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삶의 시련 속에서 성숙해가는 이사벨의 심리적 과정을 섬세하게.. 인간 내면의 철저한 탐구가 돋보이는 19세기 최고의 명작으로 뽑는 책이다. 헨리 제임스는 <여인의 초상>과 <데이지 밀러> 등을 통해 유럽과 미국 사이의 대서양만큼 넓은 문화적 차이와 충돌, 그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인간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했지만, 당시에 이 책을 낭독하거나 읽은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여인의 숙명 정도로 여겨야 하는 것인가? 남자가 아무리 개차반이고 결혼 전과 후가 달라져도 결혼은 유지되어야 하고, 남편의 폭압과 독단을 여인은 힘들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흑흑 너무 훌륭한 책이예요 했을까..

 

아주 오래전에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다르게 보기라는 끄적거린 글이 있는데 신데렐라와 콩쥐는 과연 결혼생활이 행복했을까? 흔히 보게 되는 동화적 사랑의 낭만은 사랑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에 대한 환상만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곤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마무리 된다. 소설속이지만 이사벨도 신데렐라를 읽었겠지. 신데렐라는 왕자의 콩깍지가 벗겨지기 전까지는 신분 차이도 극복하며 행복했을 수도 있었겠지.

요즘 광고로 자주 보게 되는 결혼 4년 차 어쩌고 하는 광고속 결혼의 모습처럼, 어린 동심까지 파괴할 필요가 없지만,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 결혼의 현실에 대해 가르칠 필요가 있다. 물론 부모의 결혼생활을 보고 느낀 점도 있겠지만. 우리 부모들은 지나치게 성과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자녀들에게 숨기고 보수적이다. 책과 드라마를 보며 결혼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면 이 또한 바로 잡아줘야 할 책임이 있다.

 

"사랑이 시작될 때에 낭만적 사랑의 믿음들이 오히려 사랑을 유지하는데 방해가 된다,

사랑을 유발했던 낭만적 열정에 관한 관심을 멈출 때에 사랑은 삶과 함께 지속될 수 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뭐 저런 집구석이 다 있나 하며 속에 천불도 났다가, 대화가 없는 가족이 오해로 얽히고 설켜 부부간, 부모간 '포용하고 이해하는 척'만 했던 그 가족들이 '단절-끊어짐'의 쓴맛과 긴박감을 마주하고 나서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과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으며 서로를 진정으로 알아가고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끔씩 얽혀 있는 매듭을 끊는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고전에 ‘불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시간을 초월하는 보편성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반면교사로 삼을 수는 있지만 시대정신에는 맞지 않다. 테스, 주홍글씨도 같은 의미다. 민음사 책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표지만 바꾸지 말고 개역 좀 하지. 요즘 구글 번역기만 돌려도 이 정도 수준은 될듯한데.. 물론 헨리 제임스의 책은 내레이터의 시점이 매우 중요한 건 맞으나, 그 '나'를 너무 중심에 놓고 번역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지.

** 헨리 제임스는 미국의 사실주의 시대를 이끌었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차례 유럽을 경험한 그는 1875년 파리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플로베르와 투르게네프를 포함하여 여러 문학계 인사들을 만났다. 1년 후에는 런던으로 건너가,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 작가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예술계와 사교계의 명사가 되었다. 1898년 런던을 떠나 서식스의 라이에 있는 램 하우스로 가서 살았다. 1915년 영국에 귀화했으며, 1916년 메리트 훈장을 받았다. 같은 해 2월 사망했다.

그는 수많은 단편 소설과 희곡, 비평서, 전기와 자서전, 여행기, 그리고 20여 편의 장편 소설을 썼다. 묘비에 '대서양 양편의 한 세대를 해석해 낸 사람'이라는 비문이 새겨졌을 만큼 그의 작품은 대부분 구세계(유럽)와 신세계(미국)의 충돌이라는 국제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데이지 밀러』(1878)는 그를 영국과 미국 양쪽에서 문학계의 거물로 우뚝 서게 한 초기 걸작이며, 또 다른 대표작인 『여인의 초상』(1881)은 가장 뛰어난 현대 소설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 네이버 백과사전 -

'화랑, 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주 귀걸이 소녀 - 얀 베르메르 Jan Vermeer  (0) 2020.09.03
르누아르 - 부지발의 춤  (0) 2020.08.28
여름바다  (0) 2020.08.13
질투는 나의 힘  (0) 2020.08.11
라파엘전파의 막사는 인생  (0) 2020.08.1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