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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 부지발, 도시, 시골에서의 춤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는 1880년초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무지개 팔레트라는 그의 별칭답게 아름다운 것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러기에는 인상주의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옵니다. 15~6세기 거장들의 그림을 보면서 많이 느낀 르누아르는 데생과 선의 중요성에 방점을 두기 시작하며 앵그르적 고전주의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Dance in the Country

1883, oil on canvas,

Musee d'Orsay. Paris

 

아직 인상주의적 잔재가 많이 남았지만, 이 작품은 아래의 <도시에서의 춤>과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부지발(Bougival)의 무도회, 1883>와 함께 시골 무도회의 정경을 담은 것입니다. 그림은 즐겁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화가의 말처럼 흥겨움, 즐거움이 묻어 나네요. 한바퀴 턴닝을 했나요? 그 바람에 남자의 모자는 바닥에 떨어졌고 여인의 얼굴엔 홍조가 생겼네요. 계속 돌고 있는지 뒷배경은 희미하고 나뭇잎마저도 형체가 흐릿합니다.

그림 속의 남자는 르누아르의 친구인 폴(Paul Auguste Lhôte)이고 여자는 향후 르누아르와 결혼할 당시 20세초반의 알린 사리고(Aline Charigot)입니다. 이탈리아 여행에도 같이 다녀왔죠. 바람둥이 '르'선생이 혼자 갔겠어요^^

 

Dance in the City

1883, oil on canvas,

Musee d'Orsay at Paris

 

 

<시골의 춤>보다는 약간 정적인 느낌입니다. 남자 모델은 여전히 폴이고 여인은 수잔 발라동입니다. 당시 서커스단에서 일도 하면서 로트렉트, 드가 등의 화가의 모델이기도 했던 17세의 수잔, 향후 몽마르트를 대표하는 화가가 됩니다. 모리스 위트릴요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Dance at Bougival, 1883, oil on canvas,

Museum of Fine Arts at Boston.

부지발은 파리에서 얼마 멀지 않은 센강변의 지역인데, 서울로 치면 팔당대교 근처 정도되겠죠. 모네, 시슬레, 피사로 등 많은 인상파화가들이 모여 그림도 그리고 교류를 하던 곳입니다. 보팅을 좋아하던 모파상도 자주 놀러 왔다고 합니다. 르누아르의 유명한 작품 <선상위의 점심 식사>도 그 곳의 푸르네즈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1880–81)

필립스 재단

강아지를 우쭈쭈하고 있는 여인이 알린 사리고, 맞은편 런닝바람에 밀집모자 쓴 남자가 백만장자 인상파 화가 카유보트네요.

알린 뒤의 팔뚝굵은 남자가 이 호텔 주인 아들입니다. 뒤편에 실크햇을 쓴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샤를 에프뤼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샤를 스완의 모델입니다.

<잃시간 - 6권 게르망티쪽 2 에서> 살롱에 모여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위 그림에 대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런 강가의 축제에는 뭔가 마술적인 데가 있었다. 경이로운 오후 한나절을 뚜렷이 드러내 보이는 그 사각형 캔버스의 그림에는, 강물이며 여인들의 옷이며 배의 돛들이며 이런저런 요소로부터 나온 수많은 반사광들이 나란히 놓였다. 여인의 옷에서 우리를 황홀하게 한 것이 잠시 더위와 숨막힘으로 춤추기를 멈추고, 같은 방식으로 멈춘 돛의 천과 작은 항구의 물, 나무 부교와 나뭇잎과 하늘에서 아롱거렸다..

르누아르는 사물의 내면의 심각성이나 알레고리 뭐 이런 것보다는 아름답고 유쾌한 모습들을 이 그림에서 추구하려고 했다. 왁자지껄하게 즐거운 사람들을 보니, 미술은 즐거워야 하고, 인생은 아름답다는 그의 사고방식이 잘 드러나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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